[장편동화] 제4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제4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장편 동화 대상: 《우주의 숨구멍》
심사평
올해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좋은 일이기만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비록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을지라도 자기 색깔을 뾰족하게 드러내는 신인의 등장을 고대하는 마음에 부합하는 원고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본심에 오른 다섯 편의 동화 가운데 특히 주목된 원고는 세 작품이었다.
〈당근, 키링, 러브〉는 중고 거래 앱을 매개로 어린이들이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다. 지금 어린이들의 실생활을 주의 깊게 관찰한 듯한 작가의 시선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연애를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음에도 상대 인물의 반응이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관계의 상호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소등학생의 농장 일기〉는 초등학생 주인공들이 소를 키우는 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하는 이야기다. 생명 윤리, 육식, 이주 배경 등등 중요한 사안들을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주제들을 작품이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덧붙여 서사 내 갈등이 유튜브라는 외부 여론에 의해 다소 손쉽게 해소된다는 점, 후반부로 갈수록 서술이 설명적으로 기운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우주의 숨구멍〉은 가장 개성적인 작품이었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새롭게 전학한 시골 학교에서 우여곡절 끝에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감을 얻는 줄거리 자체는 꽤 익숙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꾼과 만나면, 한낱 평범했던 일도 특별하고 고유한 사건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정수리 머리칼을 뽑아 “우주의 숨구멍”을 내어 겨우 숨을 쉬던 어린이가, “손톱 먹은 쥐와 정신없는 도깨비”를 만나 우정을 쌓으면서 자기 목소리를 발견하는 이 작품처럼 말이다. 작가 자신이 구축한 모든 세계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 역시 미더웠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우주의 숨구멍〉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도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강수환
제4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에는 총 240편의 원고가 접수됐고 그중 다섯 편이 본심에 올랐다.
<당근, 키링, 러브>는 인형 뽑기에서 시작해 중고 거래로 이어지는 초등 로맨스다. 눈에 띄는 제목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안정적인 서술이 인상적이다. 분량에 비해 에피소드가 단순하고 ‘관계’가 아닌 한쪽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무게가 실린 서사가 아쉽다.
<반짝반짝, 네일 스티커>는 손 실수가 잦은 ‘하루’가 자신의 결핍을 채울 특별한 힘을 얻는다는 내용의 판타지다. 학교 안의 생생한 묘사와 친절한 문체가 돋보이는 반면, 상처를 통해서도 회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사의 힘이 약하다.
<소등학생의 농장 일기>는 송아지를 키우는 어린이들을 소재 삼아 눈길을 끌었다. 안정된 문장과 흥미로운 서사로 축산과 도축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했으나 해결이 아닌 회피로 마무리 지은 것이 아쉽다. 온라인상의 지지나 지원이 무조건적인 옳음으로 이어지는 결론은 경각심을 지녀야 할 점이다.
<이빨 전쟁>은 자기 것에 애착이 생기는 나이대의 독자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동화다. 주인공 ‘하담’의 성격이 일관적이지 않고 포기와 수긍이 빨라 이야기가 멀리 나가지 못한다. 어른이 아닌, 어린이의 걸음으로 틀을 뛰어넘는다면 더 좋은 동화가 될 것이다.
대상은 <우주의 숨구멍>으로 선정했다. 전학을 자주 다녀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산’과 남들과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동민’, 엄마가 강요하는 길을 벗어나고 싶은 ‘봄’. 각자의 고민과 결핍을 지닌 세 어린이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덤덤하지만 울림 있게 그려 냈다. 말하기보다 보여 주기 방식으로 소재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고 다양한 인물에게 가능성을 열어 주는 과정이 능수능란하다. 어린이의 삶 깊이 닿으려는 작가의 진솔한 모습이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공모해 주신 모든 분께도 깊은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김다노
예심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개성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반짝반짝 네일 스티커〉와 〈소등학생의 농장 일기〉를 본심에 올렸다.
〈반짝반짝 네일 스티커〉는 ‘똥손’ 콤플렉스를 가진 하루가 마법의 네일 스티커를 얻은 뒤 자신감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남자아이인 하루가 네일 스티커를 붙인다는 설정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변의 반응, 네일 스티커를 붙인 이후 감추기 바빴던 흉터 있는 손이 무엇이든 잘하는 손으로 바뀌며 일어나는 일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기능적으로 전개되면서 손쉬운 해결을 보여 아쉬웠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마법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생활 동화의 틀을 넘어 더 크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소등학생의 농장 일기〉는 5학년 구호, 진솔, 효이를 통해 축산업(고기)과 생명, 유튜브 스타와 돈벌이, 좋아하는 마음 등 우리 시대와 아이들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의성이 있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뛰면서 다양한 문제와 부딪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시점이 흔들리고(특히 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 다소 낭만적인 해결을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숨구멍〉은 직업 군인인 아빠를 따라 잦은 이사와 전학을 다니느라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주인공 강산이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동민이, 봄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인물이 개성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져 서사에 흡인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결손 가정에 무당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동민이를 뻔하게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쌍하고 가엾으니 도와주자, 함께하자, 가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어린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작가의 건강한 시선에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수상작으로 〈우주의 숨구멍〉을 선정했다.
수상하신 분께 축하를, 작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송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