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그림책 대상 : 《혼자가 좋은데!》
심사평
책읽는곰 그림책 공모전에 출품되는 작품들이 해마다 고르게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보인다. 그림책 작가와 독자의 층위가 넓어지고 높아지는 경향의 반영으로 보여 반가우면서도 이 어두운 시기, 그림책뿐 아니라 문화 전반의 밝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선작과 당선을 겨뤘던 두 작품이 밝고 따뜻하며, 모두의 화합과 함께 각자의 영역도 보장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 큰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다.
당선작 《혼자가 좋은데!》는 혼자 누리는 자유와 편안함이 이런저런 이유로 침해당한 세 캐릭터의 이야기다. 투덜거리며 헤매던 셋이 모여 할 수 없이 불편한 모임이 되는데, 으레 그렇듯 거기서 우정과 결속감이 생겨난다. 그런 만족스러운 상황이 더 큰 방해 요인으로 흐트러질 때까지는! 결말은 ‘혼자가 좋은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영리한 반전 안에 온기와 유머가 넘치는 장면이다. 심사 위원 모두 웃으며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안정감 있으면서 새로움도 첨가된 이야기 구조, 부드럽고 풍요로운 색채의 그림도 좋았다. 편집 디자인의 묘미만 조금 더 살려 구성했다면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요일의 라파엘 진료소》도 능숙한 그림에 안정적인 이야기로, 배려와 화합을 향해 가는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마음 그득하게 보여 주었다. 가브리엘 벵상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눈길을 끌었는데, 아쉬운 점은 이야기 전개에 역동성과 캐릭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눈길을 당기고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품을, 이 작가는 곧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는 전망과 희망이 심사 위원들 공통의 의견이었다.
《점》은 재치 있고 발랄하면서 개성 가득한 작품이었다. 젊(으리라고 여겨진)은 작가의 패기가 넘쳐 보였는데, 그런 만큼 덜어냈으면 좋았을 법한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침착하게 자신을 가라앉혀 가면서, 흔쾌하게 장면들을 앞으로 죽죽 밀어 냈다면 독자들이 더 신나게 작품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모든 응모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그림책 심사 위원 김서정
이번 그림책 공모전에서는 175편의 그림책 더미를 심사했다. 저마다 다른 주제와 표현을 담은 그림책 더미를 보면서 그야말로 뜨거운 그림책의 열기를 실감했다.
대상으로 선정한 《혼자가 좋은데!》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에 전기가 끊긴 토끼 씨, 하나 남은 의자가 망가진 코끼리 씨, 친척들이 들이닥쳐 혼자 있고 싶었던 곰 씨가 어느 날 우연히 한적한 곳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 먹는 데서 이 작품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셋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속으로 “혼자가 좋은데!”하고 생각한다. 혼자가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셋이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셋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을 좋게 본 다른 동물들이 이 장소에 하나씩 둘씩 모이게 되고, 한적했던 그곳은 시끌벅적한 곳이 된다. 여러 동물이 북적대는 강둑 공원이 되고만 것이다. 그러자 토끼 씨, 코끼리 씨, 곰 씨는 “셋이 좋은데!”하고 말한다. 이 작품은 혼자 있고 싶어도 그게 그리 쉽지 않은 현대인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지만, 《일요일의 라파엘 진료소》와 《점》은 작품의 주제와 소재, 표현으로 인해 심사 위원들이 한참 의견을 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도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독자들과 즐겁게 만나기를 바란다.
그림책 심사 위원 엄혜숙
3회를 맞이한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그림책 분야에서는 175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한 권 한 권 들여다보며 응모자들의 고민과 정성은 물론 열정까지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심사를 맡으며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기준은 출판을 전제로 한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완성도, 그리고 독창성이었습니다.
대상으로 선정한 《혼자가 좋은데!》는 이야기 플롯도 잘 정돈되었고, 그림체도 따뜻했습니다. 무엇보다 결말 부분에서 혼자가 아닌 “셋이 좋은데.”라고 능청스레 유머를 구사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레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체를 꽉 채우는 화면 구성으로 인해 답답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더러 있어 추후 덜어 내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종심으로 함께 논의되었던 《점》은 도형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머나먼 우주에서 내려다봤을 때는 모두가 같은 점일 수 있다는 주제 의식도 좋았습니다. 다만,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한 탓에 오히려 이야기의 집중도가 흐트러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일요일의 라파엘 진료소》는 다문화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그림책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그림이 나열식으로 구성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주 노동자의 삶에 집중할 것인지, 봉사하는 삶에 집중할 것인지, 라파엘 진료소에 집중할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종심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작업한 《너기의 보물》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도입부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보물의 정체를 밝힌 결말 부분에서 독자들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인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작아작 손톱》은 일상의 나쁜 습관을 유쾌하게 담아낸 점이 돋보였으며, 세 권 연작으로 출품한 응모자의 열정과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눈물이 내리는 날》은 눈물이 나는 일상 속의 여러 상황을 잔잔하게 담아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에 지원한 모든 응모자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
그림책 심사 위원 최숙희